몸을 활성화시켜주는 돼지머리를 이용한 음식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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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부분 독특한 맛, 돼지머리

돼지머리를 새로운 조리법으로 다뤄본 것은 한식대첩>에서였다. 돼지고기 요리가 주제였는데 특별하게 만들어 보려 고안한 것이 된장으로 양념한 돼지머리고기구이였다. 전통 발효 양념인 집 된장을 기본 양념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고기를 재웠다가 숯불에 굽는 것이다. 코, 턱, 볼, 이마, 혀, 귀 등에서 발라낸 살코기들은 모양과 맛이 흥미롭게도 제 각각이다. 항정살 같이 씹히는 절묘한 맛, 콜라겐이 많아 쫀득한 맛, 고소한 지방의 맛, 살코기의 감칠맛 등. 이 중 미식가들에게 정평이 나 있는 별미 부위는 콧살과 턱살이라는 것도 그때 안 사실이다. 이렇게 돼지머리에서 살 만을 분리해 내는 작업은 정성 없이는 결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돼지머리는 살을 일일이 발라 조리하지 않고 돼지머리 편육이라든지 돼지머리 국밥처럼 통째로 삶는 조리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이 돼지머리 또한 잘 사육된 돼지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조리법이라 해도 최종적으로 그 맛을 좌우하는 것은 재료의 품질에 있음을 잘 알기에 선택한 것이 자연농 흑돼지였다. 살의 분리를 쉽게 하기 위해 세로로 이등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양념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서 집 된장과 배즙, 양파 즙을 기본으로 사용했는데 촉촉한 맛을 내는 역할도 톡톡히 해 주었다. 그리고 반가음식의 조리에 쓰는 양념만을 함께 사용하여 자연의 맛도 잘 살았다. 마지막으로 참숯 향의 불 맛이다. 잘 손질하여 양념한 머리고기를 참 숯불에 구워 낸 결과는 구수한 향부터 달랐다.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유난히 나의 조리과정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서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심사위원들은 ‘콧살은 무슨 맛일까? 턱살은 어떤 질감일까? 볼살은 볼깃살과 어떻게 다른 맛일까? 질기지는 않을까? 숯불에 그을린 된장 양념 맛은 어떨까?’등에 관심이 쏠렸을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이 요리에 호기심 갖고 조리했을 때처럼. 이 모둠구이는 이런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요리였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하나하나 분리해서 조리한 경우가 이제껏 없었다. 노력할 가치가 있는 맛이다. 한 번에 다양한 맛을 보고 즐기기에는 이만한 음식도 드물 듯하다.

결국 돼지머리고기 모둠구이는 쇠골찜에 이어 또다시 최고의 점수를 받게 된 음식이 되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머릿고기가 집 된장을 만나 활력을 주는 맛으로 재탄생 된 것이다. 직화로 구워 기름기도 빠지니 씹는 맛도 좋았다. 경연장 여기저기에서는 ‘서울 대표는 동물 머리를 이용한 요리의 달인이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말레이시아의 한식당 관계자로부터 텔레비전에서 돼지머리 구이 조리하는 것을 봤다는 연락이 왔다. 그 맛이 궁금해서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해외 교육*이예정되어있었던터라나는흔쾌히수락을해주었다. 그 프로그램이 인연이 되어 그 이후 4년 동안이나 1년에 열흘씩 말레이시아의 한식당 교육을 하게 되었다. 내게 말레이시아의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 준 특별한 음식인 ‘돼지머리고기 모둠구이’의 조리법을 소개한다

* 2015~2018년 한식 세계화 계획의 일환으로 농림부가 주관하는 해외 한 식당 조리종사자 교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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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머리고기 모둠구이 만들기

재료돼지머리고기 및 껍질 500g (돼지머리 ½두 분량), 깻잎 6장, 마늘 5톨
양념 배즙 7큰술, 된장 1⅓큰술, 진간장 1⅓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후춧가루 ¼작은술, 양파 즙 3큰술, 생강 즙 1작은술


조리법

돼지머리에서 살코기를 발라내서 얇게 저미고 껍질은 얇게 포를 떠서 배즙에 재워둔다.
재워둔 배즙을 따라내어 된장과 간장, 양파 즙을 섞어 건더기를 망 체에 거른다.
거른 국물에 생강 즙,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를 고루 섞어 배즙에 재웠던 고기를 넣어 주물러 둔다.
마늘을 도톰하게 저며 둔다.
숯불을 피워 달군 석쇠에 고기를 펴서 노릇하게 굽고 마늘도 구워둔다.
완성 접시에 깻잎과 마늘을 깔고 구운 고기를 어우러지게 담아낸다.

이 글은 11월에 출간되는 반가음식 이야기>(행복우물출판사)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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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선생은
한국 전통음식 연구가이자 김치명인으로, 한국 전통음식의 한 종류인 '반가음식'을 계승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대학 강단과 민간 연구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가며 반가음식 연구에 평생을 전념했다.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반가음식>이라는 우리 고 유의 문화유산을 계승하여, 음식문화에 숨어있는 한국 문화의 알리고 전승하고자 힘쓰고 있다. 김경미 선생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바 있는 반가음식의 대가 故 강인희 교수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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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01, 2020 at 09:4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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