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당신의 접시는 어떤가요?” - 경향신문
‘저탄고지, 원푸드, 덴마크….’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생겨난다. 이를 반영하듯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한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국내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유행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다이어트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돌고 도는 다이어트법은 지방과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다. 근육과 뼈를 만드는 단백질은 비만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지방이 가장 먼저였다. 1970년대 미국 의회에서는 늘어나는 심장병 환자를 막기 위해 ‘영양과 인간의 필요에 관한 상원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 농무부는 이를 토대로 ‘미국인을 위한 식단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 섭취를 장려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액체 상태의 불포화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한 마가린·쇼트닝의 소비가 증가했다. 마가린 등에는 천연지방과 달리 동맥경화와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트랜스지방이 함유돼 있다. 결국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트랜스지방을 퇴출시켰다.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 역시 미 정부가 키웠다. 미 정부는 1992년 어떤 음식을 어느 정도 섭취할지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마이 피라미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매끼 섭취하라는 의미의 맨 아래층에 고도로 정제된 녹말인 빵, 파스타, 쌀, 시리얼을 배치했다. 고탄수화물의 섭취 증가로 인한 당뇨병과 비만이 늘어났지만 미 정부는 이를 고치지 않았다.
2001년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이 오류를 잡은 새로운 음식 피라미드를 선보였다. 이 피라미드는 미국 정부와 달리 피라미드 맨 아래에 통밀빵, 현미 등 섬유질이 풍부한 비정제 탄수화물을 배치했다. 바로 옆엔 올리브유 등 식물성 오일(불포화지방)을 두었다. 대신 논쟁이 돼온 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은 맨 위에 올려놓았다. 섭취를 줄여야 할 음식이라는 의미다. 2011년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미 오바마 정부는 더 명쾌한 식단표를 내놓았다. ‘마이 플레이트’(my plate)로 불리는 이 식단표는 한 끼에 섭취해야 할 식품군의 권장량에 따라 크고 작은 접시 위에 표시했다. 접시의 절반은 채소(40%)와 과일(10%)이다. 나머지 접시의 절반은 전곡류, 단백질, 유제품이다.
물론 이런 기준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지는 못했다. 탄수화물과 지방에 대한 이견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 탓에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하지만 비만은 어떤 영양성분 탓이 아니다. 하버드 음식 피라미드를 창안한 월터 윌렛은 “자신의 몸에 맞는 식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체중이 줄고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July 31,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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